서론: 인상비평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종종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잊고 사는 듯합니다. 물질만능주의와 각자도생의 가치가 만연한 요즘, 한 평범한 시민이 보여준 비범한 삶의 궤적은 제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었어요. 바로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 이야기인데요.
이 작품은 경남 진주에서 한약 도매상으로 자수성가한 김장하 선생님이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이름 없이 빛 없이 살아온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솔직히 김장하 선생님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영화가 끝난 후에는 '진정한 어른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경외심과 함께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담담하게 그려진 그의 삶은 어떤 화려한 드라마보다도 더 큰 감동과 교훈을 안겨주었습니다.
줄거리
다큐멘터리는 김장하 선생님이 경남 진주에서 고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한약 도매상을 일구고 연매출 25억을 달성하는 사업가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영화의 진짜 핵심은 그가 이룬 '성공'이 아니라, 그가 이룬 모든 것을 '어떻게 사용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김장하 선생님은 돈을 버는 족족 사회에 환원하는 삶을 살았거든요.
가장 대표적인 일화는 학교 설립입니다. 그는 명신고등학교를 세우고, 진주여자고등학교와 진주외국어고등학교에 거액을 기부하여 이 학교들의 이사장이 되었지만, 일절 재산권 주장을 하지 않고 설립자의 모든 권한과 주식을 지역사회에 돌려주었습니다. 심지어 학교의 모든 직원 월급을 사비로 주는 등 학교 운영에 헌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낮추고 학교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어요. '나는 학교를 짓는 사람이지, 학교를 좌지우지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그의 확고한 철학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지역 언론의 독립성을 위해 '진주신문' 창간 주주로 참여하고, 지역 민족 예술인 협회를 후원하며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수많은 소외 계층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말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자신의 선행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여 영화 내내 카메라 앞에 서는 것조차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큐멘터리는 김장하 선생님의 주변 인물들, 즉 그에게 도움을 받았던 학교 선생님, 학생들, 지역 주민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그의 따뜻한 마음과 굳건한 신념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현재 그는 여전히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살며, 우리가 생각하는 부자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오직 나눔을 통해 행복을 찾아가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느낀점
'어른 김장하'를 보면서 가장 크게 다가온 감정은 '부끄러움'과 '존경심'이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성공을 하면 더 많은 것을 움켜쥐려고 하는데, 김장하 선생님은 자신이 이룬 부를 마치 강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사회로 돌려보내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돈은 쓰면 쓸수록 늘어나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아요. 진정한 부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사람이 '어른'이 될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그의 가장 놀라운 점은 선행을 베풀면서도 그 어떠한 대가나 명예도 바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조금만 좋은 일을 해도 여기저기 알리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는 오히려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는 것을 한사코 피하는 모습을 보여줘요. '누군가를 돕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그의 담담한 태도에서 깊은 울림을 받았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겸손이자 고귀함이라는 것을요.
영화를 보면서 '과연 나는 김장하 선생님처럼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수없이 던졌습니다. 아마 쉽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 영화는 '완벽하게 따라 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인간 본연의 순수성과 이타적인 가치를 상기시켜 주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그나마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김장하 선생님처럼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선한 영향력을 베풀어온 많은 분 덕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감독이라면 이렇게 끝내겠다
영화의 엔딩은 김장하 선생님이 여전히 소박하고 평화롭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 또한 충분히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지만, 제가 만약 감독이라면 그의 영향력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고 싶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김장하 선생님이 익숙한 진주의 골목길을 묵묵히 걷는 모습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선생님의 뒷모습 위로 다음과 같은 자막이 천천히 떠오르는 겁니다: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러나 그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후 화면은 빠르게 전환되며, 선생님이 설립하고 기부했던 학교들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몽타주로 이어집니다. 명신고, 진주여고, 진주외고의 교정에서 활기차게 뛰노는 학생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선생님의 이름을 모를지언정 그 덕분에 질 높은 교육을 받고 있는 미래 세대들의 모습이 교차되는 거죠. 다음으로는 그가 후원했던 진주신문사의 편집국이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공연하는 모습, 그리고 그의 도움으로 자립했던 이웃들이 지금은 다른 어려운 이들을 돕고 있는 모습을 연달아 보여줍니다.
이 몽타주 장면은 잔잔하지만 웅장한 배경음악과 함께 선생님의 이름이 아닌, '김장하 정신'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려 지속적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시퀀스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화면은 다시 김장하 선생님의 지금 모습으로 돌아와, 그가 누군가에게 작은 미소를 건네거나, 마당의 꽃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 뒷모습을 잡습니다. 화면이 서서히 페이드아웃 되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김장하 선생님의 독백이 흘러나오는 겁니다.
"그저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제 곁에서 이어진 씨앗들이 잘 자라기를 바랄 뿐이지요."
이러한 엔딩은 김장하 선생님의 겸손한 삶을 유지하면서도, 한 사람의 숭고한 정신이 어떻게 한 지역을 변화시키고 다음 세대에게까지 이어지는지를 시청자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형배 재판장님과의 관계
이 다큐를 보셨다면, 아마 문형배 재판장님과의 관계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문형배 재판장님은 김장하 선생님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지원하셨던 수많은 '김장하 키즈' 중 한 분이셨어요. 선생님의 따뜻한 도움 덕분에 대학을 마칠 수 있었던 문형배 재판장님은 훗날 퇴임사에서도 김장하 선생님을 언급하며, 그분의 나눔 철학을 자신의 삶 속에서 계속 이어가고자 하는 뜻을 밝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셨습니다.
영화는 한 개인의 묵묵한 선행이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나아가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소중한 증거가 될 거예요.
결론: 나의 다짐
이 영화는 제게 삶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김장하 선생님처럼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의 '나눔의 정신'과 '겸손함'만은 꼭 본받고 싶습니다.
첫째, 제가 가진 것들을 주변과 기꺼이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제 시간이나 재능, 혹은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필요한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베풀 줄 아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할 겁니다.
둘째, 타인을 돕는 일에 있어 겸손하고 진정성을 가지는 것입니다. 저의 작은 선행이 혹여나 다른 이에게 부담이 되거나, 저 스스로가 그로 인해 우쭐해지는 일이 없도록 항상 마음을 다스려야겠어요. 진정한 나눔은 베푸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는 김장하 선생님의 정신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늘 고민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제가 가진 영향력을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당장은 작더라도 꾸준히 선한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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