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인상 평가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저의 모든 감각을 압도했습니다. 묵직하고 강렬한 스코어, 광활하고도 황량한 서부의 풍경, 그리고 화면을 가득 채우는 다니엘 플레인뷰의 거대한 존재감은 이 영화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님을 선언하는 듯했습니다.
이 작품은 19세기 말 미국의 석유 붐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사실상 인간의 본성과 욕망, 그리고 그로 인한 파멸에 대한 잔혹한 서사입니다. 탐욕과 야망이 한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잠식하고 고립시키는지를 지독할 정도로 사실적이고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내어,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제 마음속에 섬뜩하고도 쓸쓸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인간성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하는 압도적인 걸작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줄거리
영화는 1898년 뉴멕시코의 황량한 은광에서 다니엘 플레인뷰(다니엘 데이 루이스 분)가 홀로 은을 캐는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우연히 은광 속에서 석유의 흔적을 발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유전을 개발하기 시작하며 성공의 길로 들어섭니다. 이후 사고로 한 인부를 잃고 그의 아들 H.W.를 양아들로 삼아 동업자로 키워내죠. 다니엘은 피도 눈물도 없는 철저한 사업가로, 끊임없이 석유를 찾아 미국 전역을 떠돌며 자신의 제국을 확장해나갑니다.
어느 날, 그는 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 맨데타에 엄청난 유전이 묻혀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땅의 주인인 선데이 가족, 특히 열정적인 젊은 전도사 엘리 선데이(폴 다노 분)와 마주합니다. 엘리는 다니엘에게 교회를 짓는 데 필요한 돈과 신도들의 영혼을 담보로 자신의 땅을 팔도록 설득하고, 다니엘은 종교적인 가식으로 그를 이용하려 합니다.
다니엘은 맨데타 유전 개발을 시작하며 막대한 부를 쌓지만, 그의 영혼은 점차 타락해갑니다. 그는 석유를 탐욕스럽게 빨아들이는 동시에, 사람들을 이용하고 배신하며 오직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하려 합니다. H.W.는 폭발 사고로 청각을 잃고, 다니엘은 그런 아들을 돌보면서도 자신의 사업에 방해가 된다고 느끼며 갈등을 겪습니다. 엘리 선데이는 다니엘의 성공을 시기하고 질투하며 끊임없이 그를 견제하려 하지만, 결국 다니엘의 냉혹한 현실주의와 위선적인 태도 앞에 무력하게 무너집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니엘은 극심한 편집증과 고독 속에 갇혀버립니다. 유일한 동반자였던 H.W.마저도 아버지의 냉혹한 모습에 지쳐 결국 다니엘을 떠나죠. 늙고 병든 다니엘은 광활한 저택에서 혼자 술에 절어 살아가며, 자신의 삶에서 인간적인 모든 것을 잃어버립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수년 후 쇠락한 엘리가 다니엘을 찾아와 경제적인 도움을 요청하자, 다니엘은 그를 조롱하고 결국 야구 방망이로 잔혹하게 살해하며 "I'm finished" (나는 끝났다)라는 대사를 내뱉고 끝이 납니다.
느낀점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 괴물로 변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목격했습니다. 다니엘 플레인뷰는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모든 인간적인 가치를 희생하고 결국 스스로 고립을 택한 비극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석유를 땅에서 뽑아내는 그의 몸짓 하나하나에서, 저는 그의 피와 살이 이 검은 액체와 뒤섞여 그의 영혼마저 검게 물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다니엘 데이 루이스 배우님의 압도적인 연기는 한 인간이 얼마나 밑바닥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를 너무나도 설득력 있게 그려내어, 제가 본 최고의 캐릭터 연기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또한 미국의 자본주의와 종교가 어떻게 서로를 이용하고 타락해가는지를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다니엘과 엘리 선데이의 대결 구도는 단순한 개인의 싸움이 아니라, 탐욕스러운 자본주의와 위선적인 종교가 서로의 이득을 위해 손잡고, 결국 파멸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은유처럼 느껴졌습니다. 광활한 자연이 석유로 인해 검게 물들어가는 모습, 그리고 인간의 영혼마저 검게 변해가는 과정이 너무나 잔혹하게 평행선을 이뤄 저에게 깊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영화가 주는 가장 큰 고통은 다니엘이 사랑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과정에서 찾아왔습니다. 아들 H.W.마저 그의 곁을 떠나고, 광활한 저택에 홀로 남겨진 늙고 병든 다니엘의 모습은 그가 그토록 갈구했던 '성공'이 결국 그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음을 쓸쓸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영화는 그에게 연민을 보낼 여지조차 주지 않고, 오직 인간 본성의 어두운 심연만을 집요하게 탐구하며 끝을 맺습니다. 저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그 무겁고 어두운 여운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폴 토마스앤더슨 감독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님은 인간 내면의 가장 깊고 어두운 심연을 거침없이 탐구하는 독보적인 거장입니다. '데어 윌 비 블러드'처럼, 그의 작품들은 탐욕, 권력, 고독과 같은 보편적인 인간 본성을 매우 밀도 있게 파고들죠.
인물의 복잡하고 파괴적인 심리를 놀랍도록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이 그의 특징이에요. 압도적인 영상미와 귀를 사로잡는 불안한 사운드 디자인, 그리고 완벽주의적인 연출은 영화를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처럼 만들어요.
그는 사회적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강요하기보다, 인물들의 삶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제시합니다. 쉬운 답 대신, 관객으로 하여금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직시하고 스스로 사색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개인의 야망이 어떻게 광기로 변질되고 결국 고독 속에 갇히게 되는지를 통해, 그는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비판적으로 조명합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님은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의 드라마를 가장 강렬하고도 진솔한 방식으로 그려내는, 진정한 영화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감독이라면 이렇게 끝내겠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님의 엔딩은 다니엘이 엘리를 살해하고 "I'm finished"를 외치는 것으로, 그의 광기와 파멸을 비극적으로 완성합니다. 이 엔딩은 그 자체로 강렬하고 완벽한데요, 제가 만약 감독이라면, 다니엘의 개인적인 파멸을 넘어 그가 남긴 '파괴의 유산'이 사회에 어떤 형태로든 지속될 것임을 보여주는, 조금 더 넓은 시야의 엔딩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영화는 다니엘이 엘리를 살해하고 "나는 끝났다"고 외치는 장면까지는 동일하게 가져갑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대사 직후, 곧바로 컷이 전환되어 수십 년 후, 혹은 1세기 후의 동일한 맨데타 지역을 비춥니다. 이제 그곳은 다니엘이 건설했던 석유 도시가 아닌, 잊힌 유전 지대가 되어 있습니다.
드넓었던 평원은 시추 시설과 오염된 유정들로 가득 차, 생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폐허가 되어 있습니다. 과거 다니엘이 심었던 잣나무가 거대하게 자라난 숲이 있지만, 그 나무들은 모두 시들어 죽어있고, 석유 유출로 인해 검게 오염된 강물만이 느리게 흐릅니다.
그 황량한 풍경 속에서, 과거 다니엘과 엘리 선데이가 마주했던 언덕배기에 홀로 서 있는 늙은 H.W.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그는 다니엘이 남긴 광대한 석유 제국을 물려받지 않고, 혹은 물려받았더라도 이미 그 모든 것이 쇠락했음을 보여주는 쓸쓸한 모습입니다. 그는 말없이 검게 변한 대지를 응시합니다.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그 등을 통해 과거의 상처와 아버지의 광기, 그리고 탐욕이 남긴 거대한 폐허를 말없이 견디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H.W.의 나지막한 독백이 흘러나옵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깊지만, 그 안에는 깊은 슬픔이 담겨 있습니다. "나는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남긴 것은 아직도 이곳에 흐른다." 혹은 "피로 더러워진 검은 강은, 그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을 것임을 증명한다."
이러한 엔딩은 다니엘의 개인적인 파멸을 넘어, 그의 탐욕이 단순한 한 개인의 몰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후대 세대에게까지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파괴의 유산'으로 남았음을 강조합니다. 또한 H.W.의 존재를 통해 다니엘의 광기가 남긴 상처가 영원히 아물지 않음을 보여주며, 인간의 탐욕이 불러올 수 있는 최악의 결과에 대한 더욱 묵직하고 냉정한 경고를 던지는 동시에, 감독의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명확히 전달하며 더 큰 여운을 남길 것 같습니다.
결론: 이 영화가 나에게 미친 영향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제게 '인간의 탐욕'과 '성공의 대가'에 대해 가장 강렬하게 깨닫게 한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무언가를 얻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 결국 얼마나 공허하고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성공'이라는 달콤한 환상 뒤에 숨겨진 인간 영혼의 파괴를 목도하며, 제 안의 욕망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영화가 제게 미친 가장 큰 영향은, '진정한 가치는 물질적 풍요나 권력이 아니라, 인간성 안에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심어주었다는 점입니다. 때때로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 할 때, 저는 탐욕에 눈이 멀어 모든 것을 잃어버린 다니엘 플레인뷰의 얼굴을 떠올릴 겁니다. 그리고 제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갈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가치들을 지켜나가야 할지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며, 저의 삶의 가치관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든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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