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 [아들] 용서라는 이름의 가장 잔혹한 싸움](https://blog.kakaocdn.net/dna/98lEz/dJMb9jtSFOi/AAAAAAAAAAAAAAAAAAAAAMdLj2jYddD6d5DL9ID1ymI1QTXdjEZn7i9OUSFVSLwq/img.webp?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45147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jCQtN30nSD4EsMVYQirTUxTMNbo%3D)
서론: 인상 평가
다르덴 형제 감독님의 '아들'은 제목이 던지는 직접적인 무게감만큼이나, 보는 내내 저의 숨통을 조여왔던 영화입니다. 5년 전 자신의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아들을 죽인 소년을 직접 자신의 눈앞에서 마주했을 때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죠. 영화는 극도의 사실주의적인 연출과 인물의 등 뒤를 집요하게 쫓는 카메라워크를 통해 관객을 마치 주인공 올리비에의 시선에 완전히 동기화시킵니다. 단 한 번도 과장된 감정을 드러내거나 설명하는 대사 없이, 침묵과 인물들의 미세한 표정, 그리고 몸짓만으로 압도적인 긴장감과 심리적 깊이를 만들어냅니다.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상실감 앞에서 복수와 용서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남자의 처절한 내면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려내어,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제 마음속에 먹먹하고도 복잡한 질문들을 남긴 걸작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줄거리
영화는 벨기에의 가구 제작 훈련 센터에서 소년원에서 나온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목수 올리비에(올리비에 구르메 분)의 담담한 일상을 보여줍니다. 그는 5년 전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고 전처 마갈리(이사벨라 소파트 분)와 이혼한 뒤 고독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훈련 센터에 새로 들어온 16세 소년 프랜시스(모건 마린 분)를 본 올리비에는 그 소년이 자신의 아들을 죽인 범인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립니다.
올리비에는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으려는 프랜시스를 자신의 견습생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는 아무런 말 없이 프랜시스의 모든 행동을 관찰하고, 그의 뒤를 쫓아 그의 거처를 알아내기도 합니다. 프랜시스는 자신의 과거를 아는지 모르는지, 올리비에의 지시를 묵묵히 따르며 목공 기술을 배웁니다. 올리비에와 프랜시스 사이에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러나 관객에게는 명확하게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올리비에는 프랜시스에게 목공 기술을 가르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복수심과 아들을 잃은 상실감 사이에서 극심한 내적 갈등을 겪습니다. 그는 마치 그림자처럼 프랜시스의 주변을 맴돌며 그를 감시하고, 때로는 그의 삶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행동들을 합니다. 마갈리는 올리비에에게 그 소년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올리비에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갑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올리비에는 프랜시스를 차에 태우고 외딴 숲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프랜시스는 마침내 자신이 올리비에의 아들을 죽였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고백합니다. 프랜시스의 고백 앞에서 올리비에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 프랜시스의 목을 조르려 합니다. 하지만 프랜시스의 저항과 올리비에 자신의 고뇌 속에서, 그는 결국 살인을 멈춥니다. 영화는 올리비에가 지친 모습으로 프랜시스와 함께 나무를 나르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명확한 해피 엔딩을 맞지 못했지만, 그 지옥 같은 대결 속에서 어떤 깨달음이나 혹은 또 다른 의미의 공존을 찾아가는 듯한 여운을 남깁니다.
느낀점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되었습니다. 올리비에가 보여주는 복수와 용서 사이의 지난한 싸움은 그 어떤 과장된 연출 없이도 관객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어요. 특히 감독은 올리비에의 얼굴 표정보다는 그의 등 뒤나 어깨를 따라가는 클로즈업 샷을 통해, 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감정의 파고를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했습니다. 마치 저도 올리비에의 몸속에 들어가 그의 숨결 하나하나를 느끼는 듯한 착각에 빠졌거든요.
가장 깊이 파고들었던 것은, 올리비에가 프랜시스에게 목공 기술을 가르치는 행위의 역설입니다. 자신의 아들을 죽인 자에게 '삶을 건설하는' 기술을 가르친다는 것. 이는 단순히 복수심에 대한 분열을 넘어, 올리비에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아들을 잃은 고통을 해소하고, 프랜시스를 통해 잃어버린 '아들'의 자리를 채우려 하는 무의식적인 시도처럼 느껴졌습니다. 파괴를 경험한 자에게 재건축의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올리비에 자신에게도 일종의 치유 과정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결국 복수하지 않는 올리비에의 선택을 보여주지만, 그것이 곧 용서를 의미하는지는 모호합니다. 그 선택은 복수의 허무함에 대한 깨달음일 수도 있고, 프랜시스 안에서 또 다른 인간성을 발견한 것일 수도 있으며, 그저 상실감과 고뇌에 지쳐 버린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모호함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무엇 하나 단정할 수 없기에, 영화가 끝난 후에도 이 복잡한 감정들이 오랫동안 제 마음속을 맴돌았습니다.
내가 감독이라면 이렇게 끝내겠다
다르덴 형제 감독님의 엔딩은 올리비에가 프랜시스와 함께 나무를 나르는 장면으로, 복수와 용서의 명확한 결론 없이 관계의 불확실한 여운을 남기며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 엔딩은 다르덴 형제의 사실주의적 연출 철학을 완벽하게 보여주지만, 제가 만약 감독이라면, 그 모호함 속에서 '인간의 관계가 지닌 치유의 가능성'을 아주 미약하게나마 암시하는 엔딩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영화는 올리비에가 숲속에서 프랜시스를 죽이려다 멈추고, 지친 몸으로 그와 함께 나무를 나르는 장면까지는 동일하게 가져갑니다. 이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나무를 운반하고, 햇살이 드는 숲길을 나란히 걷습니다. 그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무겁지만, 그 전보다는 조금 더 규칙적이고 나란합니다.
둘은 훈련 센터의 작업실로 돌아와 나무를 내려놓습니다. 올리비에는 지친 듯 도구를 정리하고, 프랜시스는 묵묵히 올리비에의 옆에 서 있습니다. 그때, 올리비에가 프랜시스에게 아무런 말없이 낡고 오래된 목공용 끌 하나를 건넵니다. 그 끌은 올리비에가 가장 아끼는 도구 중 하나이거나, 어쩌면 죽은 아들이 만졌던 도구일 수도 있습니다.
프랜시스는 조용히 그 끌을 받아 들고, 말없이 바라봅니다. 그의 눈빛에는 처음으로 공허함이나 반항심이 아닌, 작은 깨달음과 함께 스승에 대한 존경, 혹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조용한 결의가 스쳐 지나갑니다. 올리비에는 프랜시스에게 그 어떤 설명도, 지시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끌을 든 프랜시스를 잠시 응시하다가, 작업실 문을 나섭니다.
문을 나서기 전, 올리비에는 작업실 벽에 걸린 아들과 함께 찍었던 낡은 사진(혹은 작업복)을 아주 잠시, 스치듯 바라봅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슬픔이 남아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고독감은 조금 옅어진 듯합니다. 그리고 올리비에가 문을 닫고 나간 후, 작업실 안에는 홀로 남은 프랜시스가 어두워진 작업실 조명 아래서 올리비에가 건넨 끌을 들고, 조심스럽게 나무 조각을 다듬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의 서툰 손놀림에서, 파괴를 경험한 자가 이제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행위에 조용히 몰두하며 삶을 배우고 있음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이러한 엔딩은 올리비에의 선택이 복수가 아닌, 어둠 속에서도 한 인간을 구원하고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려는 의지였음을 암시하며, 상처 입은 영혼들의 미약하지만 지속적인 치유의 가능성을 담아낼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감독에 대해 (다르덴 형제 감독)
제가 생각하는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형제 감독님은 '현실주의'라는 장르의 경계를 넘어, 인간 삶의 가장 본질적인 질문들을 파고드는, 현대 영화계의 독보적인 거장입니다. '아들'에서 보여주듯이 그들의 영화는 불필요한 감정 과잉이나 극적인 연출을 철저히 배제한 채, 인물의 등 뒤를 집요하게 쫓는 핸드헬드 카메라와 최소한의 대사를 통해 관객을 현실의 한가운데로 데려다 놓습니다. 그들은 사회적 약자나 비주류 인물들의 삶에 깊이 공감하며, 그들이 마주하는 도덕적 딜레마와 윤리적 선택을 날카롭게 그려냅니다.
그들의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리얼리티 속에서 인간 본성의 어두움과 빛, 그리고 생존을 위한 투쟁을 담담하게 보여주지만, 그 안에는 항상 인간성에 대한 깊은 통찰과 연민이 깔려 있습니다. 다르덴 형제 감독님은 관객이 영화 속 질문에 직접 부딪히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진정한 성찰의 영화를 만드는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이 영화가 나에게 미친 영향
'아들'은 제게 '용서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와 '인간이 겪는 고통의 깊이'에 대해 가장 강렬하게 깨닫게 한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누군가를 미워하고 복수하려는 마음이 결국 그 자신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고 파괴하는지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동시에, 용서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며, 때로는 복수보다 훨씬 더 많은 용기와 인내를 요구한다는 것을요.
이 영화가 제게 미친 가장 큰 영향은, '인간의 삶에서 진정한 구원은 복수가 아니라,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그리고 스스로를 치유하려는 노력 속에서 발견된다'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심어주었다는 점입니다. 때때로 제가 타인의 행동에 대해 분노하고 미워하는 감정에 사로잡힐 때, 저는 아들의 복수 앞에서 고뇌하던 올리비에의 묵묵한 뒷모습을 떠올릴 겁니다.
그리고 제가 마주하는 현실 속에서 누군가를 함부로 판단하거나 증오하기보다는, 그 이면의 고통과 인간성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들'은 단순히 스릴러를 넘어선, 인간 존재의 깊은 의미와 감정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안겨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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