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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2

영화 [시] 비극 위에 피어난 가장 아름답고 쓸쓸한 시의 탄생 서론: 인상 평가'시'라는 제목은 듣는 순간부터 순수하고 아름다운 울림을 예상하게 했지만,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 '시'는 그 아름다움의 이면에 인간 삶의 가장 추악하고 잔혹한 현실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2009년 제63회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은, 노년의 미자라는 인물이 시를 통해 '사물을 제대로 보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 속에서 맞닥뜨리는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을 조용하고 묵직하게 담아냅니다. 영화는 겉으로 드러나는 극적인 사건보다 인물의 내면 깊숙이 침잠하는 감정의 결들을 쫓아가며, 우리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며, 과연 삶의 어떤 지점에서 구원을 찾을 수 있는지 묻는 듯했습니다. 진흙 같은 현실 속에서도 끝끝내 아름다움에 머무르고자 한 미자의 고독한 투쟁은, 저에게.. 2025. 10. 17.
영화 [사울의 아들] 지옥 한가운데서 인간의 존엄을 찾아 헤매는 비인간적 몸부림 서론: 인상 평가'사울의 아들'은 제게 홀로코스트 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 작품이자, 영화를 보는 내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게 만든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했습니다. 일반적인 홀로코스트 영화들이 전체적인 비극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반면, 이 영화는 끔찍한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를 '존더코만도'라는 최극단의 존재, 즉 동족을 가스실로 이끌고 시체를 처리하는 일을 강요받았던 유대인의 시점으로 그려냅니다. 화면 전체가 아닌, 오직 사울의 등 뒤에 밀착된 좁은 시야만을 허락하며 그 끔찍한 배경을 의도적으로 아웃포커싱하고 음향으로만 들려주는 연출은 그 어떤 잔혹한 시각적 묘사보다 더 상상력을 자극하고, 관객의 영혼을 깊이 갉아먹는 압도적인 공포를 안겨주었습니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려 한, 지극히 비인.. 2025.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