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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인생 이야기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익숙한 편안함과 위험한 설렘 사이에서 길을 잃다

by 영화감있게 살자 2025. 10. 3.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익숙한 편안함과 위험한 설렘 사이에서 길을 잃다

서론: 인상 평가

'우리도 사랑일까'는 얼핏 보면 로맨틱 코미디나 아름다운 멜로 영화처럼 보이지만, 제게는 사랑의 본질과 인간의 욕망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 때로는 잔혹한 질문을 던진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사랑이란 무엇이고, 행복이란 어디에 있는가 하는 고민을 아름다운 미장센과 씁쓸한 음악으로 담아냈죠.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 마고의 선택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그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저 역시 함께 휘말리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속에서 새로운 설렘을 갈구하는 인간의 나약함과, 그 결과 찾아오는 공허함을 직시하게 만드는, 불편하지만 깊이 공감 가는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줄거리

영화는 5년차 결혼 생활을 하는 마고(미셸 윌리엄스 분)와 루(세스 로건 분)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마고는 프리랜서 작가인 루와 겉보기에는 아무 문제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어딘가 모를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과 불안감을 안고 있습니다. 루는 자상하고 유머러스하며, 아내를 깊이 사랑하는 좋은 남편이지만, 마고에게는 어딘가 모태 같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줄 뿐, 더 이상 불꽃 튀는 설렘을 선사하지 못하는 듯해요.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익숙한 편안함과 위험한 설렘 사이에서 길을 잃다

 

어느 날, 여행지에서 돌아오던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매력적인 남자 다니엘(루크 커비 분)과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된 마고는 그에게 강하게 끌립니다. 놀랍게도 다니엘은 마고의 집 맞은편에 이사 온 이웃이었고, 두 사람은 점점 더 서로에게 빠져들게 되죠. 다니엘은 마고가 갈망하는 열정과 즉흥성, 위험한 설렘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마고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결혼 생활과 뜨거운 열정의 다니엘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에 휩싸입니다. 오랜 고민 끝에 마고는 루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고, 그와의 이별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니엘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게 되죠. 마고는 다니엘과의 새로운 시작에서 폭발적인 행복과 열정을 느끼는 듯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관계 역시 점차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며, 이전 루와의 관계에서 느꼈던 것과 유사한 불만족감을 다시금 느끼는 마고의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느낀점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습니다. 뜨거운 열정과 설렘만이 사랑의 전부일까, 아니면 오랜 시간 쌓아온 편안함과 신뢰도 사랑의 다른 형태일까 하는 고민에 빠졌어요. 마고는 새로운 사랑을 통해 자신 안의 결핍을 채우려 했지만, 결국 새로운 관계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함이라는 옷을 입게 됩니다. '새로운 사람'이 주는 설렘은 짧고, 결국 모든 관계는 '노력'과 '헌신'을 통해 유지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진실을 너무나 아름답게, 동시에 너무나 아프게 보여주는 듯했어요.

 

특히 루가 마고에게 담담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으며 관계를 정리하는 장면, 그리고 이후 루의 쓸쓸한 뒷모습은 제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가 보여준 이해와 깊은 사랑이 마고에게는 답답함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 사랑이라는 감정의 아이러니를 극명하게 보여주더군요. 마고의 선택을 쉽게 비난할 수 없었던 것은, 그녀가 느꼈을 내면의 불안감과 더 나은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내던지고 얻은 '새로운 사랑'에서도 다시금 공허함을 느끼는 그녀의 모습은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끝없이 순환하는지를 섬뜩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행복과 만족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혜로운 교훈을 던져주는 듯했습니다.

 

내가 감독이라면 이렇게 끝내겠다

사라 폴리 감독님의 엔딩은 마고가 다니엘과의 관계에서도 또다시 허탈함을 느끼는 모습을 통해 인간 욕망의 순환성을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이 엔딩 또한 충분히 훌륭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주지만, 제가 만약 감독이라면 마고가 자신의 내면을 좀 더 직시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계기를 만드는 엔딩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익숙한 편안함과 위험한 설렘 사이에서 길을 잃다

 

영화의 엔딩 부분, 마고가 다니엘과의 관계에서도 처음과 같은 불만족감을 느끼는 장면까지는 동일하게 가져갑니다. 하지만 마고가 충동적으로 다른 남자에게 눈을 돌리거나 새로운 열정을 찾아 헤매는 대신, 그녀가 잠시 멈춰 서서 깊이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그리고 화면이 전환되어, 마고가 루와 함께 살았던 집으로 혼자 돌아가는 장면을 추가합니다. 빈 집 안에서, 마고는 오래된 물건들을 다시 만져보거나, 루와 함께 웃었던 흔적들을 발견합니다. 눈물을 흘리거나 후회하는 대신,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과거의 자신과 루의 삶을 돌아보는 거죠.

 

그녀의 손에 잡히는 것은 어쩌면 루가 그녀를 위해 만들었던 요리책, 혹은 그녀가 오래도록 미뤄두었던 자신만의 그림 도구일 수도 있습니다. 마고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의존하거나 누군가를 통해 자신을 정의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는 작은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그녀가 루가 만들던 빵을 직접 구워보려 시도하거나, 다니엘이 가르쳐주었던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하는 모습입니다.

 

마지막 장면은, 마고가 서투르지만 스스로 만들어낸 빵 냄새를 맡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거나, 완성된 자신의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습으로 마무리합니다. 이때 마고의 나지막한 내레이션이 흘러나옵니다. "결국 내가 찾던 건 누군가와의 '새로운 사랑'이 아니라, 내 안의 '새로운 나'였을지도 모른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이젠 도망치지 않을 거다. 그저 나의 왈츠를 추면서, 나 자신과 함께 걸어갈 뿐이다."

 

이러한 엔딩은 마고가 사랑의 대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채워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진정한 '아무르'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사라 폴리' 감독에 대해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사라 폴리 감독의 사진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라 폴리 감독님은 인간의 가장 내밀하고 복잡한 감정들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이를 너무나도 솔직하고 섬세하게 영화로 구현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분입니다. 그녀는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낭만적인 환상보다는 그 뒤에 숨겨진 현실적인 고민과 인간 본연의 욕망, 나약함 등을 가감 없이 드러내죠.

 

그녀의 연출은 때로는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실적이지만,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이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특히 여성 인물의 복합적인 심리를 깊이 파고드는 데 능하며, 인물들의 내면 풍경을 감각적인 미장센과 배경 음악으로 풍성하게 채워 넣는 스타일리스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영화는 보는 이들에게 깊은 여운과 함께 삶과 관계에 대한 성찰을 안겨주는, 단순한 오락 그 이상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결론: 이 영화가 나에게 미친 영향

'우리도 사랑일까'는 제게 '사랑의 본질'과 '개인의 만족'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재정의하게 만든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낭만적인 환상만을 쫓았던 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사랑은 마법이 아니라, 꾸준한 노력과 서로에 대한 이해, 그리고 때로는 불만족까지도 감당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라는 것을요.

이 영화가 제게 미친 가장 큰 영향은, '진정한 만족과 행복은 결국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심어주었다는 점입니다. 외부의 대상이나 새로운 관계가 내 삶의 모든 결핍을 채워줄 것이라는 기대를 내려놓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성장시키며, 내면의 만족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관계에서 오는 행복 또한, 결국 스스로가 만족스러운 존재일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라는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저의 삶에서 진정한 왈츠를 추기 위해, 이제는 제가 먼저 스스로를 사랑하고 돌봐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