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와 인생 이야기

영화 [우리들] 가장 복잡하고 가장 솔직한, 아이들의 우정이라는 전쟁

by 영화감있게 살자 2025. 10. 27.

영화 [우리들] 가장 복잡하고 가장 솔직한, 아이들의 우정이라는 전쟁

 

 

서론: 인상 평가

'우리들'이라는 제목은 영화가 다루는 주제를 너무나 직설적이면서도 보편적으로 드러내는 듯했습니다. 윤가은 감독님의 이 영화는 어른들의 눈에는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는 아이들의 우정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권력 관계, 외로움, 질투, 배신, 그리고 화해의 과정을 숨 막힐 정도로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방학이 시작될 때만 해도 해맑게 친구를 갈망하던 소녀 '선'이 새 친구 '지아'를 만나 행복에 젖었다가, 학기 중 관계의 복잡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상처받고 또다시 친구를 갈구하는 모습은, 단순히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없는 어른들의 세계와 놀랍도록 닮아 있었습니다.

 

불필요한 과장이나 감정적 주입 없이, 아이들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따라가는 이야기는 저에게 깊은 공감과 함께, 관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진심의 가치를 깨닫게 했습니다. 지독하게 현실적이라 더욱 아프고, 그래서 더 진실된 울림을 주는 걸작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줄거리

영화는 여름방학을 앞둔 초등학생 선(최수인 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선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싶어 하지만, 소극적인 성격 탓에 늘 겉도는 외톨이입니다. 방학식 날, 반 친구들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지 못하고 홀로 교실 청소를 하던 선은 전학생 지아(설혜인 분)를 우연히 만납니다.

 

여름방학 내내 선과 지아는 서로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 세상 둘도 없는 단짝처럼 어울립니다. 함께 동네를 산책하고, 비밀을 나누고, 아끼는 실팔찌를 나눠 끼며 특별한 유대감을 쌓아가죠. 지아가 여름방학 동안 머물던 할머니 댁이 아닌 선의 옆 아파트에 이사 오면서, 두 사람의 우정은 더욱 깊어지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개학 후, 두 사람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파도를 맞습니다. 지아가 영어를 배우러 가는 학원에서 반 친구 보라(이서연 분)를 만나게 되고, 보라와 보라 무리들은 선을 괴롭히고 따돌리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지아는 보라 무리와 어울리기 위해 선을 모르는 척하고, 점차 선을 멀리하기 시작합니다. 선은 갑자기 차가워진 지아의 태도에 상처받고, "내가 뭘 잘못했어?"라며 필사적으로 지아의 마음을 되돌리려 노력합니다. 엄마의 지갑에서 돈을 훔쳐 지아의 선물을 사주기도 하고, 지아를 다시 찾아가 애원하지만, 지아는 이미 보라의 영향력 아래에 놓인 상황이었습니다.

 

선은 지아와의 관계 회복에 매달리지만, 그 과정에서 동생 윤(강민준 분)의 속 깊은 충고("싸우는 것도 힘든데, 노는 건 왜 더 힘들어?")를 듣기도 합니다. 또한 선은 지아, 보라 사이의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친구들과 우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영화는 단편적인 사건과 갈등을 통해 아이들의 세계가 어른들의 세상 못지않게 복잡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힘들고 소중한지를 보여줍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선과 윤, 그리고 지아는 함께 놀이터에 있습니다. 선의 동생 윤은 공놀이를 하자며 두 사람에게 다가가고, 잠시 망설이던 선은 다시 지아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갑니다. 윤이 공을 찬 순간, 지아는 윤의 공을 받아줍니다. 선이 그런 지아를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짓는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느낀점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어린 시절의 우정이 얼마나 연약하면서도 동시에 잔인할 수 있는지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친구가 전부는 세상이었던 그때, 사소한 오해나 관계의 균열이 얼마나 큰 아픔으로 다가왔었는지 떠올랐죠. 감독은 아이들의 시선과 눈높이에서 철저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이 점이 오히려 어른인 저에게 깊은 공감과 먹먹함을 안겨주었습니다. 친구들과의 관계를 힘들어하며 홀로 발 마사지를 하는 선의 뒷모습은 제가 겪었던 모든 외로웠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가장 깊은 울림을 준 것은 모든 인물이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점이었습니다. 선은 지아에게 외면당해 상처받지만, 한편으로는 동생 윤의 친구를 선별하는 등 자신의 방식으로 관계에 영향을 미치려 합니다. 지아는 보라 무리에게 따돌림당하지 않기 위해 선을 외면하지만, 그녀 역시 어딘가에서 상처받은 채 외로움과 불안감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보라는 친구들 사이에서 권력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그녀 또한 그 이면에 어떤 불안과 결핍을 숨기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누가 나쁘다'고 손가락질하는 대신, 복잡하게 얽힌 관계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으려는 아이들의 고뇌를 따뜻하지만 날카롭게 보여주어 저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선과 윤의 관계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어린 동생이지만 윤은 누나에게 "싸우는 것도 힘든데, 노는 게 제일 힘들어" 같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속 깊은 조언을 건넵니다. 어른들이 부재한 아이들만의 세계에서, 윤은 선의 가장 든든한 조언자이자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결국 '우리들'은 서로 싸우기도 하지만, 또다시 손을 내밀고, 이해하려 노력하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이라는 진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아이들의 얼굴과 그들이 나누었던 작은 몸짓 하나하나가 잊히지 않고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내가 감독이라면 이렇게 끝내겠다

윤가은 감독님의 엔딩은 선이 지아를 향해 망설이다가, 동생 윤이 공놀이를 제안하고 지아가 윤의 공을 받아주는 것을 보고 선이 미소 짓는 장면으로, 관계 회복의 미약한 희망과 아이들의 순수성을 보여주며 마무리됩니다. 이 엔딩은 감독의 시선이 가진 따뜻함을 잘 드러내지만, 제가 만약 감독이라면, 그 관계 회복의 희망을 좀 더 '구체적인 행동과 상호작용'을 통해 보여주며, 친구 관계의 재건을 위한 '새로운 시작'에 조금 더 명확한 무게를 실어주는 엔딩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영화는 선이 지아를 향해 망설이다가, 윤이 공놀이를 제안하고 지아가 윤의 공을 받아주는 장면까지는 동일하게 가져갑니다. 지아가 윤에게 공을 던져주고, 윤은 그 공을 선에게 줍니다. 이제 선은 공을 들고 지아를 바라봅니다. 여전히 어색함과 과거의 상처가 두 사람 사이에 흐르지만, 이전처럼 일방적인 외면이나 단절은 아닙니다.

 

선은 잠시 망설이다가, 지아에게 공을 던집니다. 지아는 그 공을 받고, 선에게 다시 던져주기 전에 멈칫합니다. 그리고 조용히, 나지막하게 선에게 말을 건넵니다. "팔찌... 잘 있어?" (두 사람이 여름방학에 나눠 꼈던 실팔찌를 상기시키는 대사). 선은 이모티콘처럼 환하게 웃기보다는, 조용하지만 깊이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응. 잘 있어. 너는?" 지아는 옅게 미소 지으며 공을 선에게 다시 던집니다.

 

그리고 세 아이는 함께 공놀이를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조금 서툴고 어색하지만, 점차 그들의 얼굴에는 장난기 어린 웃음과 함께 다시금 유대감이 피어납니다. 카메라는 세 아이가 함께 공놀이를 하며 뛰어노는 모습을 천천히 멀리서 비춥니다. 그들은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니며,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며 다시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때, 선의 나지막한 나레이션이 흘러나옵니다. "친구들과 싸우는 것도 힘들지만, 친구들과 노는 게 더 힘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알 것 같아요. 함께 노력하고, 서로의 마음을 보려 하면, 세상에서 가장 힘들었던 놀이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요. 이제 우리는… 어떤 놀이든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 컷은 세 아이가 함께 노는 발랄한 모습 위로, 이들이 처음 나눠 꼈던 실팔찌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클로즈업됩니다. 그 팔찌는 끊어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다시 서로 다른 조각이 함께 이어져 있는 모습으로, 그들의 관계가 상처를 통해 더욱 단단해졌음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이러한 엔딩은 단순히 관계 회복의 희망을 넘어, 아이들이 겪었던 고통과 노력이 결국 '더 단단하고 성숙한 관계'로 발전했음을 보여주며, 인간 관계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한 희망과 함께 따뜻하고 감동적인 여운을 남길 것 같습니다.

 

결론: 이 영화가 나에게 미친 영향

'우리들'은 제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를 안겨준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어릴 적 친구 관계에서 겪었던 복잡한 감정들(외로움, 질투, 배신감, 그리고 화해)이 단지 '어린 시절의 치기'가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반복되는 '인간 관계의 본질적인 어려움'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 영화가 제게 미친 가장 큰 영향은,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들의 상황과 그들의 내면을 헤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심어주었다는 점입니다. 때때로 제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해하거나 상처받을 때, 저는 지아와 보라의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던 선의 노력을 떠올릴 겁니다. 그리고 제가 관계 속에서 너무 쉽게 판단하거나 단절하는 대신, 먼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마음을 보려 노력하며, 결국 '우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우리들'은 단순한 성장 영화가 아니라, 모든 세대의 사람들이 겪는 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연대와 이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