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보다 더 무서운 건, 상실의 감정이었다
공포영화를 볼 때마다 저는 늘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무서운 건 귀신일까요, 아니면 사람일까요?”
[브링 허 백]을 보고 난 뒤, 그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확실해졌습니다. 가장 무서운 건, 사랑을 잃은 사람의 마음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놀래키는 장면이나 잔혹한 설정으로 공포를 조성하지 않습니다. 대신, 상실과 집착, 그리고 왜곡된 사랑이 어떻게 인간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게 더 현실적이고, 더 섬뜩했어요.
줄거리 — 아이를 되찾고 싶은 어머니,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간 남매
주인공 앤디와 파이퍼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위탁 가정에 맡겨지게 됩니다. 파이퍼는 시각장애를 가진 여동생이고, 앤디는 그녀를 지키려는 책임감 강한 오빠입니다. 그들이 도착한 집에는 위탁모 로라가 있습니다. 겉으로는 따뜻하고 자애로운 그녀는, 사실 자신의 딸을 잃은 슬픔에 잠식된 인물입니다. 그녀는 이미 올리버라는 묘한 소년을 돌보고 있는데요, 그 아이는 말이 없고, 행동이 이상하며, 밤마다 로라와 함께 사라집니다.
남매는 점점 그 집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들을 목격하게 되고, 결국 로라가 죽은 딸을 되살리기 위한 어두운 의식을 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앤디와 파이퍼는 그 의식을 막으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되고, 영화는 슬픔이 광기로 변하는 순간을 강렬하게 보여주며 끝납니다.
느낀 점 — 슬픔은 때로 가장 잔인한 형태의 공포가 된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저는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무서웠어요. 하지만 그 공포는 귀신이나 괴물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로라의 감정 때문이었습니다.
딸을 잃은 슬픔,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해 현실을 부정하고, 결국 아이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자신의 딸을 되찾으려는 집착. 그건 단순한 악이 아니라, 너무나 인간적인 감정이었기에 더 무서웠습니다.
저는 생각했어요. “나라도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과연 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은 저를 오래도록 괴롭혔습니다.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용기
[브링 허 백]은 공포영화지만, 저에게는 감정에 대한 영화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 감정을 정직하게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슬픔은 때로 우리를 무너뜨리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다시 살아갈 수 있어요. 로라처럼 되지 않기 위해, 저는 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싶습니다.
내가 감독이라면 이렇게 끝냈을 것이다
의식은 실패하고, 로라는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녀를 믿지 않습니다. 제가 감독이라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이렇게 바꿨을 것입니다.
앤디와 파이퍼는 로라의 의식을 막습니다. 올리버는 사라지고, 로라는 정신병원에 수감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말합니다. “내 딸은 돌아올 수 있었어요. 그 아이는 진짜였어요.” 의사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고, 기록지에 “망상형 정신분열”이라고 적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병실 안, 로라가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립니다. “넌 아직 여기 있지, 그렇지?” 창밖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관객은 그 순간, 진짜로 딸이 돌아왔는지, 아니면 로라의 망상인지 확신할 수 없어요. 그 결말은 공포보다 더 깊은 불확실성을 남깁니다.
이런 결말은 단순한 해피엔딩도, 비극도 아닙니다. 그건 슬픔이 남긴 흔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브링 허 백]은 그런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영화였고, 저는 그 여운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주연배우 샐리 호킨스(Sally Hawkins)에 대하여
샐리 호킨스는 영국 런던 출신의 배우로, 1976년 4월 27일에 태어났습니다. 연극 무대에서 경력을 시작한 그녀는 섬세하고 감정 깊은 연기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인정받아 왔습니다.
대표작으로는
[해피 고 럭키]에서 밝고 낙천적인 교사 ‘포피’ 역으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요.
[블루 재스민]에서는 케이트 블란쳇의 동생 ‘진저’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는 말을 하지 못하는 청소부 ‘엘라이자’ 역을 맡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녀의 연기는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진실하고,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탁월한 배우로 평가받고 있어요.
이 영화에서는 상실과 집착에 휘말린 위탁모역을 맡아 또 다른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코미디, 드라마, 판타지, 공포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매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샐리 호킨스를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예요. 사실 이 배우 때문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어요. 어떤 분은 세상에서 가장 착하게 생긴 배우라고도 하시는데요. 저는 연민을 느끼게 하는 얼굴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많은 작품에서 그녀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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